되는 집은 뭔가 다른 한가지가 꼭 있다.
분위기가 좋다라는 표현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무언가 고객을 흡입하는 요소가 꼭 있다. 오래 전 주점 창업이야기를 쓰면서 주점과 닮은 주인들을 이야기한 바 있지만 그런 요소, 즉 고객으로 하여금 다시금 찾게하는 촉매가 대박집이라면 한가지씩은 있기 마련이다.
지금은 인터넷의 보급으로 왠만한 매장도 각기 매장을 홍보할 홈페이지 하나 정도는 갖고 있다. 하지만 스무해 전만해도 인터넷이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시절로 거슬러 강원도 양구 읍내엔 '뜨락'이란 카페가 성업 중 이었다.
당시 트랜드가 레스카페 형태의 경양식집이 인기였기에 양구와 같은 작은 소읍에도 경양식집이 세 곳이나 있었다. 하지만 뜨락만이 독보적으로 고객을 싹쓸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사 홉짜리 업소용 병 맥주 한병이 1500원하던 당시의 매출이라 지금의 현실과는 비교하기 어렵지만 서울 명동의 유명 레스토랑에 버금갈만한 알토란 같은 수익을 올렸다.
"한다스의 연필과 노트 한권"
이 집이 대박집이 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그 중 두드러진 것은 비망록이었다. 이 집에 가면 대학 노트가 여러권이 있다. 지역 특성상 이곳이 군사 지역임을 새삼 상기한다면 주고객이 군인이었을 것이다.
주 고객인 군인, 그들이 필요한건 무엇이었을까!
그들은 병영에 메인 몸으로 사회에 남아 있는 가족, 친구, 연인과의 소통이 가장 절실한 것이었다. 그곳에 있는 비망록,대학 노트는 그곳을 찾은 병사들에게 그 곳을 찾게될 가족이나 친구,연인에게 심경을 전하는 지금의 인터넷을 대신했던 것이다.
장교들의 출입이 많은 곳였기에 비망록은 육사노트, R.T노트, 학사노트, 공사노트 등으로 구분되어 그곳을 다녀간 선배와 동기 그리고 가족과 연인들까지 자신의 심상을 한 줄 한 줄 담아 적어뒀고 그곳을 찾은 새로운 이들이 그것을 읽고 다시금 한줄로 채워가는 지금의 카페, 블로그나 싸이의 미니홈피 같은 역활을 했던 것이다. 이것이 소문이 나면서 비망록때문에 이 곳을 찾는 단골은 늘어날 수 밖에 없었다.
노트 몇 권으로 대박집이 된것이다. 최근에 블루오션이란 새로운 시장에 대한 키워드가 장난이 아니다. 하지만 지극히 단순한 편의와 인정을 기본으로 서어비스하는 것이야 말로 객장영업에선 여전히 우선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게 다일까!
당시의 비망록은 그렇게 그들 손에만 맡겨졌던게 아니다. 요즘 회원수가 많고 활발하게 운영되는 사이버 카페처럼 당시의 뜨락에선 비망록을 관리했던 것이다. 비망록엔 그것을 읽는 고객에게 여러가지 정보와 함께 감동도 전달할 필요가 있었다.
실제로 육사 노트엔 전방사단으로 함게 전출 온 동기 장교가 작전중 전사했다는 가슴 아푼 사연과 이를 본 동기생들의 추모글이 실렸다.
이 대목을 읽는 육사 출신 장교들은 전사한 장교의 죽음에 눈물을 흘리며 비망록으로 자신들의 유대감을 더해주는 뜨락에 더욱 애착을 갖게 되었다. 물론 전사 소식을 처음 비망록에 작성한 사람은 비망록 관리자였다.
그는 육사 출신 군인이 아니고 뜨락의 지배인였다. 그는 고객에게 전해들은 소식을 재빨리 그 곳에 적어 육사 출신 장교들이 이를 알도록 했고 비망록을 보고 이를 알게된 동기생들의 자세한 전사내용까지 덧붙혀지면서 비망록은 몇권을 넘겨 전통으로 자리잡게 되었던 것이다.
비망록은 당시에 유행하던 목로 주점의 노래 가사말 처럼 '한타스의 연필과 노트 한권'만으로 고객의 감성을 터치 할 줄 아는 감성마케팅의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겠다.
다윗 왕이 아들 솔로몬에게 "인생에서 가장 기쁠 때와 가장 힘들 때에 귀감이 될만한 말을 들려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 때에 솔로몬은 "다 지나간다" 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사업이 잘될 때와 사업이 부진해서 낙망할 때에도 꼭 필요한 귀감이라 할 수 있다.
지금 사업이 부진하여 삶이 어럅고 고생스럽다면, 곧 다가올 즐거움을 위해 더욱 노력해야하며 지금 사업이 잘돼서 즐거움이 가득하다면 곧 다가 올지 모를 위험 요소에 대비해 더욱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 잘 된다고 안주하지 말고 잘 될 때 더욱 부단히 노력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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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진 기자 ( 고경진창업연구소 소장 ) 다른글 보기 drko201@naver.com# 태그 통합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