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을 구매하기 전에 꼭 확인하는 것이 있다. 가격표이다. 우리가 마주하는 가격표에는 소비자의 지갑을 노리는 다양한 전략이 숨어있다. 이런 심리적 경향을 이용한 가격 설정을 '심리적 가격'이라고 한다.
미국 콜로라도주립대학의 매닝(Manning) 박사와 워싱턴주립대 스프로트(Sprott) 박사 공동연구진은 '소비자 연구 저널'지에서 '왼쪽 자리 효과'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학생들에게 2달러와 4달러짜리 가격표가 붙은 펜을 보여줬다.
A그룹의 학생들에게는 2달러짜리 펜과 4달러짜리 펜을 3.9달러로 가격을 바꾸어 하나를 선택하게 하고, B그룹에게는 2달러짜리 펜을 1.9달러로 가격을 바꾸어 4달러짜리 펜과 하나를 선택하게 했다.
A그룹은 44%의 학생들이 3.9달러짜리 펜을 선택했다. 반면 B그룹은 18%만이 4달러짜리 펜을 선택했다.
왼쪽 자릿수 효과(Left Digit Effect)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숫자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읽는 습관이 있다는 점에서 기인한 심리학 용어다. 숫자가 길면 전부 기억하기 힘들어지기 때문에 먼저 읽은 왼쪽 숫자만 기억에 남게 되는 현상을 뜻한다.
A그룹은 2달러와 3.9달러를 비교할 때에는 2와 3의 숫자가 부각되어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고 느낀 반면 1.9달러와 4달러를 구분할 때에는 1과 4가 부각되어 가격 차이가 크게 느껴진 것이다.
1센트 차이였지만 1달러 차이로 느낀 것이다. 1센트 차이가 학생들의 구매 형태를 완전히 바꿨다.
왼쪽 자릿수 효과와 관련해 다른 실험을 진행했다.
학생들을 무작위로 선발해 두 장의 카드를 주고 1초 만에 추정치를 답으로 적게 하는 실험을 했다.
A그룹에는 '1×2×3×4×5×6×7×8=?', B그룹에는 '8×7×6×5×4×3×2×1=?'의 문제를 제시했다. 그 결과 A그룹이 제시한 평균값은 512, B그룹이 제시한 평균값 2250이었다. 4배 가량 차이가 났다. 정답은 4만320이다.
앞에 놓인 숫자가 무엇인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왼쪽에 있는 숫자에 크게 영향을 받은 것이다.
이점을 노려 우리는 1만 원짜리 상품을 9900원의 가격을 매기게 된다.
미국 시사 월간지 '더 아틀랜틱(The Atlantic)'에 따르면 싱가포르에 있는 인시아드(INSEAD) 경영대학원의 모니카 와드하 박사와 난양 경영대학원의 장 쾅지에 박사는 기호제품과 실용제품에 따라 선호하는 가격에 차이가 있는지 조사했다.
샴페인과 같은 기호품이나 오락용품과 계산기와 같은 실용품에 다양한 가격을 설정하고 어떤 가격일 때 가장 많이 팔리는지를 검증했다.
그 결과, 샴페인이 가장 많이 팔린 가격은 40달러로 나타났다. 39.72달러나 40.28달러라는 가격 설정은 별로 구매 의욕을 일으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계산기와 같은 실용품의 경우는 예상대로 3.99달러와 같은 단수가격이 가장 잘 팔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호제품은 단수가격에 따른 효과가 없지만 실용제품은 구매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이다.
뒷자리를 남기는 가격 설정을 '단수가격'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10000원의 매가 대신에 9,999원으로 한다면 그 차이는 겨우 1원이지만 절대가격보다 저렴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일종의 심리적 가치설정(psychological pricing)이며 단수에는 짝수보다도 홀수를 쓰는 수가 많다.
1,000원이나 10,000원이 아닌 990원, 9,900원으로 가격을 책정하여 제품이 저렴하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단수가격전략은 이미 온라인쇼핑몰이나 대형마트 등 주변 곳곳에 적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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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종헌 기자 ( K창업연구소 소장 ) 다른글 보기 bizidea@hanmail.net# 태그 통합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