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시 경쟁은 되도록이면 피하는 게 답이다. 창업자가 새로운 아이템을 끊임없이 찾는 이유도 경쟁자를 줄이기 위함이다. 새로운 아이템은 성공에 대해 검증되지 않았지만 경쟁자가 적은 '블루 오션'을 창출할 가능성이 있다.
내가 창업한 업종이 수많은 경쟁자들의 틈바구니 사이에 끼어 있다면 어떻게 될까?
행동 심리학자 스티븐 가르시아(Stephen Garcia)와 아비샬롬 토르(Avishalom Tor)는 2005년에 미국 전역에서 실시된 SAT(미국의 수학능력시험)의 점수 분포, 수험생 수, 고사장 개수 데이터를 확보한 후에 개인 소득,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교육 예산 등 여러 가지 변수들을 통제한 상태에서 분석을 실시했다.
그 결과, 하나의 고사장에서 시험을 치르는 수험생 수가 많을수록 SAT 점수가 낮아진다는 경향을 발견했다.
가르시아와 토르는 어떤 일을 하면서 사람의 수가 많다고 인식하거나 실제로 많을수록 성과가 떨어지는 현상을 일컬어 'N효과'라고 명명했다. 이때 N 은 Number(수)를 의미한다.
가르시아와 토르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74명의 학생들에게 8문제를 주고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답을 맞춘 상위 20%의 학생들에게는 5달러의 상금을 주겠다고 했다.
각 수험생에게 경쟁 수험생의 수가 몇 명인지를 알려줬다. A그룹에게는 경쟁 상대의 수가 10명이라고 말해주고, B그룹에게는 100명이라고 알려줬다. 이 실험에서는 각 수험생이 혼자 시험을 보도록 진행했다.
경쟁 상대의 수가 10명이라고 생각하는 A그룹(28.94초)이 100명이라고 생각하는 B그룹(33.15초)보다 더 빠르게 문제를 풀었다. 경쟁자의 수가 더 많다는 생각만으로도 사람들의 성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여준 결과다.
가르시아와 토르는 또 다른 실험을 했다.
47명의 학생 중 절반에게는 '50명의 경쟁자와 5Km 경주를한다면 얼마나 빨리 달릴 것 같은가요?', 나머지 절반에게는 '500명의 경쟁자와 5Km 경주를한다면 얼마나 빨리 달릴 것 같은가요?'라고 질문했다.
이 결과 학생들은 50명 집단의 가상 경주에서 500명과의 가상 경주에서보다 더 빨리 달릴 것이라고 대답했다.
다시 말하면 경쟁자의 수가 많을수록 더 느려질 것이라고 예상한다는 것이다. 경쟁이 더 심해질수록 동기 부여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경쟁자가 많을수록 경쟁하려는 동기가 떨어진다.
창업 시 같은 업종의 경쟁자와 함께 달려야 한다. 50명, 500명이 아닌 더 많은 경쟁자가 함께한다. 예를 들어 2019년 기준 음식점업 총사업자는 75만4000개이다. 내가 얼마나 빨리 달릴 수 있는지 생각해 봐야할 것이다.
동기가 떨어지는 이유를 사회적비교(Social Comparison)에서 답을 찾았다. 남들과 자신을 비교하는 성향이 높은 사람일수록 N효과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경쟁의식이 강한 사람일수록 경쟁이 강화되면 성과가 낮아진다는 것이다. 직원들의 성과를 높일 목적으로 경쟁을 강조하는 방법은 오히려 동기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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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종헌 기자 ( K창업연구소 소장 ) 다른글 보기 bizidea@hanmail.net# 태그 통합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