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업에서 가장 안심되는 말은 “이 메뉴는 잘 팔려요”다. 매출을 끌어올리는 효자 메뉴, 손님이 일부러 찾아오는 시그니처 메뉴는 사장에게 든든한 존재처럼 보인다. 하지만 현장에서 수없이 반복되는 장면은, 바로 그 잘 팔리는 메뉴가 가게를 서서히 흔들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메뉴개발 실무론』을 쓰며 가장 많이 떠올린 사례 역시 이 지점이다. 특정 메뉴 하나가 전체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게 되면서, 가게는 그 메뉴에 점점 의존하게 된다. 문제는, 이 의존이 곧 구조적 위험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잘 팔리는 메뉴의 첫 번째 함정은 병목 현상이다. 주문이 몰리는 메뉴 하나 때문에 조리 공정이 길어지고, 주방은 특정 구간에서 막히기 시작한다. 다른 메뉴의 조리 흐름까지 영향을 받으며, 전체 서비스 속도가 느려진다. 대기 시간이 늘어나고, 불만은 쌓이지만, 매출이 잘 나오고 있다는 이유로 문제는 쉽게 무시된다.
두 번째 함정은 수익 착시다. 잘 팔린다는 이유로 그 메뉴가 높은 수익을 내고 있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조리 난이도가 높아 숙련 인력이 필요하고, 원가율이 높으며, 조리 시간이 길어 회전율을 떨어뜨리는 메뉴라면 매출은 커 보여도 남는 것은 적다. 매출 숫자만 보고 판단하면, 이 착시는 더 강해진다.
세 번째는 운영의 경직화다. 잘 팔리는 메뉴에 의존할수록, 메뉴 구성이나 가격 조정, 구조 개선이 어려워진다. “이 메뉴 때문에 손님이 오는데”라는 생각이 모든 판단을 가로막는다. 그 결과, 원가가 올라가도 가격을 올리지 못하고, 조리 부담이 커져도 메뉴를 손대지 못하는 상황에 빠진다.
『메뉴개발 실무론』에서 강조하는 부분은, 잘 팔리는 메뉴가 나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문제는 잘 팔리는 메뉴를 관리하지 않는 태도다. 인기 메뉴일수록 더 엄격한 기준으로 점검해야 하며, 매출 기여도뿐 아니라 수익성, 조리 효율, 운영 부담까지 함께 봐야 한다.
현장에서 자주 목격하는 장면 중 하나는, 잘 팔리는 메뉴 하나 때문에 주방이 무너지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주문이 몰릴수록 실수가 늘고, 품질 편차가 커지며, 직원 피로도가 급격히 높아진다. 결국 그 메뉴의 품질이 흔들리고, 신뢰가 무너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또 하나의 문제는 메뉴 구조의 불균형이다. 특정 메뉴가 과도하게 팔리면, 다른 메뉴들은 상대적으로 방치된다. 메뉴판은 풍성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한 메뉴에 모든 에너지가 쏠린 상태다. 이는 고객 경험을 단조롭게 만들고, 매장의 확장성과 안정성을 떨어뜨린다.
잘 팔리는 메뉴는 분명 가게의 자산이다. 하지만 그 자산을 방치하면, 가장 큰 리스크로 변한다. 『메뉴개발 실무론』은 이 지점에서 질문을 던진다.
“이 메뉴는 잘 팔리는가, 아니면 가게를 지탱하고 있는가?”
그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면, 가게는 특정 메뉴에 끌려다니는 구조가 된다. 반대로, 인기 메뉴를 구조 안에 제대로 묶어낼 수 있다면, 그 메뉴는 비로소 진짜 무기가 된다.
외식업에서 중요한 것은 ‘잘 팔리는 메뉴’가 아니라, 잘 관리되는 메뉴다. 잘 팔리는 메뉴가 가게를 망치기 시작하는 순간은, 그 메뉴가 통제 불가능한 존재가 되었을 때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는 것이, 메뉴개발 실무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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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종헌 기자 ( K창업연구소 소장 ) 다른글 보기 testing@example.com# 태그 통합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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