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업 현장에서 가장 자주 듣는 말 중 하나는 “신메뉴를 내야 할 것 같아요”다. 매출이 정체될 때, 손님이 줄어드는 것 같을 때, 경쟁 매장이 늘어났을 때, 많은 사장들은 가장 먼저 신메뉴를 떠올린다. 하지만 30년 넘게 외식업 현장을 지켜본 입장에서 말하자면, 신메뉴는 해결책이 아니라 위험 신호일 때가 더 많다.
『메뉴개발 실무론』을 집필하면서 가장 많이 떠올랐던 장면 역시 이 지점이다. 매출이 줄자 메뉴를 늘렸고, 메뉴가 늘자 주방은 복잡해졌고, 복잡해진 주방은 인력과 원가 문제로 이어졌다. 그리고 어느 순간, 사장은 더 바빠졌지만 수익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신메뉴는 이렇게, 문제를 가리기 위한 임시 처방으로 자주 사용된다.
신메뉴의 첫 번째 함정은 문제의 원인을 메뉴로 착각하는 것이다. 매출 하락의 원인은 상권 변화일 수도 있고, 고객 구성의 변화, 운영 피로, 서비스 품질 저하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메뉴만 추가하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구조만 복잡해진다.
두 번째 함정은 메뉴 수 증가가 곧 선택의 폭 확장이라고 믿는 착각이다. 실제 현장에서는 메뉴가 늘어날수록 고객의 선택 시간은 길어지고, 주문은 느려지며, 회전율은 떨어진다. 주방에서는 조리 공정이 늘어나고, 재료 관리 포인트가 증가하며, 인력 숙련도에 따라 품질 편차가 커진다. 메뉴는 늘었지만, 운영 효율은 급격히 떨어지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신메뉴가 가져오는 가장 큰 문제는 원가와 인건비의 동시 상승이다. 새로운 메뉴는 새로운 식재료를 부르고, 이는 재고 부담과 폐기율 증가로 이어진다. 조리 공정이 늘어나면 숙련 인력이 필요해지고, 이는 인건비 상승으로 연결된다. 매출은 그대로인데 비용만 늘어나는 상황에서, 신메뉴는 오히려 손익 구조를 무너뜨리는 역할을 한다.
『메뉴개발 실무론』에서 강조하는 부분은 분명하다. 신메뉴는 매출을 올리기 위해 만드는 것이 아니라, 구조가 허용할 때만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기존 메뉴가 충분히 안정화돼 있고, 원가와 조리 공정이 통제 가능한 상태에서만 신메뉴는 의미를 가진다.
현장에서 자주 보는 또 하나의 장면은 ‘잘 팔리는 메뉴를 늘리면 더 잘 팔릴 것’이라는 기대다. 하지만 인기 메뉴가 늘어날수록 특정 공정에 주문이 몰리고, 주방은 병목 현상을 겪게 된다. 결과적으로 대기 시간이 길어지고, 불만이 늘며, 회전율은 떨어진다. 신메뉴가 인기라는 사실이, 반드시 좋은 신호는 아니다.
그렇다면 신메뉴는 언제 필요할까. 답은 단순하다. 문제를 덮기 위해서가 아니라,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일 때다. 조리 공정을 단순화할 수 있는 메뉴, 원가 구조를 보완할 수 있는 메뉴, 특정 시간대의 매출을 채울 수 있는 메뉴라면 신메뉴는 전략이 된다. 반대로, “뭔가 바꿔야 할 것 같아서” 만든 메뉴는 대부분 함정이 된다.
외식업에서 메뉴개발은 창의적인 작업이기 이전에, 선택과 정리의 작업이다. 무엇을 더할 것인가보다, 무엇을 빼야 하는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메뉴를 줄였을 때 매출이 오히려 안정되는 사례가 많다는 점은, 이 업계에서 더 이상 비밀도 아니다.
『메뉴개발 실무론』은 신메뉴를 만들지 말자는 책이 아니다. 다만, 신메뉴를 만드느라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지 말자는 이야기다. 메뉴는 늘릴수록 위험해질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위험은 대개 눈에 보이지 않게 쌓인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신메뉴가 필요한 순간은, 가게가 흔들릴 때가 아니라 구조가 단단해졌을 때다. 그 순서를 거꾸로 생각하는 순간, 메뉴는 무기가 아니라 부담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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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종헌 기자 ( K창업연구소 소장 ) 다른글 보기 testing@example.com# 태그 통합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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